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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코요테
"옛날 이름을 쓰겠다구요? 상관없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얘기만 하지 마세요." —미카-10이 히무라 시노부에게
히무라 시노부의 일기
이전 일지는 삭제했다. 그것에 대해 할 말은..
죽는 것보다 무서운 건, 이 벽 속에서 죽어가는 것뿐이다.
하지만 난 조국에 약속을 했다.
오늘 새 수호자 3명을 문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 중 두 명은 파란색이었다. 진짜 파란색이었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름은 테린 바이, 나디야였다. 세 번째는 엑소, 리-4였다.
테린은 내가 쳐다보는 걸 알고 웃었다.
"이런 미남은 처음 보지?"
"파란색 사람을 보는 게 처음인 거야." 내가 말했다.
테린은 각성자에 대해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다지 많이 알지는 못했다. 수호자가 된 이후의 일은 기억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수호자는 어떻게 이름을 정하는 건데?" 내가 물었다.
테린이 설명하길, 엑소 수호자는 대개 이름을 기억하지만 다른 수호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각성자와 인간 수호자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해서 새 이름을 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 두 수호자가 자기 이름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테린은 가슴을 내밀었다. 전에는 아주 멋있었을 것 같은 그의 방어구는 흠집이 잔뜩 나고 오랫동안 돌아다닌 탓에 먼지투성이였다. 그리고는 "멋있잖아! 테린 바이라는 이름을 잘 기억해 두라구. 잃어버린 전쟁지능 라스푸틴을 찾을 수호자의 이름이니까!"라고 말했다
테린이 그렇게 말할 때 리-4는 질린 듯이 보였다. 엑소치고는 인상적인 표정이었다.
테린이 라스프틴과 바이코누르에 대해 한동안 얘기를 늘어놓았기 때문에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나디야에게 이름을 어떻게 정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만 돌릴 뿐이었다. "미카가 수다 떨라고 돈 주는 게 아니라서."
"돈을 받는다고?" 테린이 말했다.
리-4가 팔꿈치로 테린을 툭 쳤다.
"아우! 왜 쳐?"
"우리가 여기 온 이유를 기억나게 해 주려고." 리-4가 말했다. 그때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었다.
"여기 왜 온 건데?" 내가 물었다.
그녀는 전기 장치로 된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오래된 빚이 있거든."
"미카한테?"
"아니."
나디야는 문 난간에 기대고 머리를 비스듬하게 뒤로 돌렸다. 잠시 그녀를 밀어서 넘어뜨려 버릴까도 생각했다. "어쨌든 행운을 빌어." 나디야가 말했다. "오래된 빚 따윈 관심 없어. 다른 사람이 나한테 빚을 지는 게 좋지."
그때 리-4가 어깨에 멘 저격총을 전광석화같이 뽑아 들었다. 총이 나디야의 머리를 후려갈길 뻔했다. 리-4는 조준경을 눈에 맞추더니 총열을 벽에 붙이지도 않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무기를 들었다. 나디야의 궁시렁거림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리가 총을 쏘았다.
멀리 수평선에서 그림자 하나가 쓰러졌다.
"몰락자야?" 테린이 말했다.
"왕이야." 리가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