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Aspects
Fragments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
1
Lore
공허방랑자
"사이의 간극이 형체를 정의한다. 음표 앞의 쉼표, 어휘 앞의 호흡, 페이지의 빈 공간."
서늘한 공기가 밀려와 나는 자료에서 고개를 들었다. 폭풍 전의 불안한 고요함처럼 사위가 조용했다. 매복한 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만큼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내 방어선이 왜 붕괴된 건지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내 비밀 도서관을 어떻게 찾아낸 건지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공허에 관한 통찰력 있는 글귀에서 막 눈을 뗀 참인데, 이제 공허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디며 그대로 떨어져 내리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저 여자를 붙잡아." 선두의 약탈자가 말했다. 모든 창문이 깨지고, 나를 파괴하려 하는 적들이 뛰어들었다. 내 앞에서 시간이 길게 연장되었다. 생각으로, 나는 난투의 한가운데에 뛰어들었다. 거대한 천상의 아귀가 그들의 생명을 삼켰다. 나는 발 디딜 곳을 찾았다. 공허의 힘이 발현되었지만, 이건 그 힘의 온전한 본성이 아니었다.
다음 순간, 현실이 덜컥, 원래의 리듬을 되찾았다. 나는 다시 홀로 남았다. 침입자들에게는 자기들의 운명을 이해할 시간조차 없었다. 나는 그들보다 조금 더 큰 깨달음을 얻었을 뿐이지만, 근본적인 진실 하나를 이해하고 있었다.
공허에 발을 딛는다는 건,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무를 딛고 서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