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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의 되풀이
"더 빨리 가면 갈수록, 더 일찍 돌아올 수 있어." —졸리온 틸
페트라 벤지는 예상했던 대로 산맥에서 졸리온을 찾아냈다. 그는 혼자서 능선에 엎드린 채, 협곡 반대쪽에 희미하게만 보이는 목표를 조준하고 있었다.
"솔직히 감적수는 필요 없잖아?"
"그래." 졸리온이 그녀를 흘긋 보며 대답했다. "그래도 혼자는 심심하니까." 그는 거리계를 건넸다. "같이 하겠어?"
페트라는 그의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다음 목표물을 바라봤다.
졸리온은 패권의 거대한 조준경에 눈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그가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잘못 들은 거야." 페트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거리계를 들여다봤다. "수호자가 어떤지는 알잖아. 지금은 '까마귀'라고 불려."
졸리온은 콧방귀를 뀌었다. "역설적이군. 불멸성을 그렇게 더럽힐 수 있는 것도 울드렌뿐이겠지."
"바람은 아홉 시 방향에서 시속 16킬로미터. 거리는 4,700미터." 페트라가 대답했다. "쏴."
졸리온이 천천히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귀를 먹먹하게 하는 쿵, 소리와 함께 패권이 발사됐다. 굳이 목표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부활한 뒤에 학대를 많이 당했어." 그녀는 침묵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에 입을 열었다. "이유도 모르는 채 말이야. 믿을 수 없겠지만, 그 때문에 꽤… 겸손해졌어."
졸리온은 고개를 들고 시선을 조준경에서 페트라의 애매한 표정으로 옮겼다. 그리고 한쪽 눈썹을 추켜세웠다. "나도 직접 보고 싶은데."
"알아." 페트라는 공감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서 내가 온 거야. 마라 여왕님께서 그와 다른 사람의 접촉을 제한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거든."
"과잉보호라도 하겠다는 건가? 울드렌은 변했는지 몰라도 마라 여왕은 그대로인 모양이네."
페트라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넌 명령을 받았어. 괜한 참견하지 마."
"걱정하지 마." 졸리온은 웃으며 말했다. 웃음도 그의 눈가에는 미치지 않았다. "난 울드렌이 죽어 있는 쪽이 더 익숙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런 상태인 게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