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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
악명 보초병 로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 그를 위해 길을 터줄 수 있나요, 워록?
음, 알겠어. 이런 자리도 정말 오랜만이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지?
나와 동료들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감옥에 갇혀 있었어. 칠흑 같은 어둠 속 얼어붙은 바위 위에서 추위 때문에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했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빛을 지워 버리는 토착 생물들에게 매일 쫓겨 다녔어. 바로 빛 대 빛의 전투를 끝내기 위해 우리가 생포하려고 했던 생물들 말이야.
놈들은 영하의 기온에서 여행자의 선물을 빼앗고 우리를 하나씩 죽여 나갔지.
우리는 내심 누가 일부러 희생자를 내려고 밤에 그 생물들을 야영지로 유인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서로를 의심하기도 했지. 그냥 운이 나빴던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야. 그곳에는 엄청난 수의 짐승이 득시글거렸으니까.
정확히 어느 쪽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 어둠과 추위는 며칠, 몇 주, 몇 개월 동안이나 이어졌어.
내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행성계 반대쪽에서는 가울과 붉은 군단이 여행자를 제거했지. 이로 인해 우주에 있는 우리들까지 빛을 잃게 되었어.
하지만 그 시점의 우리는 영문을 알지 못했지. 우리는 모두 빛이 떠나간 것을 느끼고,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서로를 탓하기 시작했어. 그들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어.
내가 무기를 뽑지 않으면, 그들이 먼저 뽑을 거라는 걸. 그래서 결국 방랑자 혼자 살아남게 됐어.
최후의 죽음을 맞이했지. 그들 전부.
지금까지도 거석이 줄지어 서 있던 그 행성의 목적이 짐승들을 격리하려던 것이었는지, 번식시키려던 것인지 모르겠어. 변형체 중에는 우리에 갇혀 있는 놈들도 있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놈들도 있었지.
그래서. 그곳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우리에겐 우주선이 없었어. 빛을 억제하는 생물을 포획할 방법이 전혀 없었지. 그게 우리 여정의 유일한 목적이었는데도 말이야.
그 와중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 내 고스트가 돌아 버린 거야. 무슨 말이냐고? 처음부터 찬찬히 설명해 주지.
나는 내 고스트가 처음부터 내가 하루빨리 정신을 차리고 여행자의 역할을 이어받길 바라고 있었던 거라 생각해. 부활한 나의 타고난 권리 말이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내 고스트는 수백 년 만에 드디어 인내심을 잃었어.
어째서냐고? 우리가 탈출한 것은 다 고스트 덕분이었어. 고스트의 빛을 개조해서 거석 우리의 에너지 효과를 복제할 수 있다면, 같은 원리로 그 생물들을 가둘 수 있을 거라 말해주더군.
하지만 부품이 필요했어. 그것도 고스트 부품. 부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우리는 잘 알았지.
내 전 동료들의 고스트는 모두 주인이 쓰러지자마자 도망갔지. 그래서 나와 내 고스트는 놈들을 사냥했어.
사냥을 마치고 드디어 빛을 개조할 때가 됐을 때, 난 고스트에게 물었지.
"확실한 거야?" 우리가 타고 온 우주선 잔해에서 찾은 레이저들이 우리를 빙 둘러싸고 있었지.
내 고스트는 "확실하게 되도록 해 줘요."라고 대답했어.
그래서 나는 불꽃을 튀기며 고스트의 외부 장갑을 분해하기 시작했지. 내가 만약 작업을 끝내기 전에 얼어 죽는다면 끝장이었어. 작업의 소음 사이로 고스트가 내게 말을 걸었어.
"어이. 언제나 희망은 있어요.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고스트가 내게 한 마지막 말이자 거짓말이었어.
다음 날 아침, 내 고스트는 완전히 변해 있었지. 5대의 고스트 부품으로 강화한 새 장갑을 장착한 모습이었다고. 녀석의 눈은 붉은색으로 번뜩이고 있었지. 그리고 말을 할 수 없게 됐어.
푸른색 설정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어. 하지만 우리의 생명을 구한 것은 바로 붉은색 설정이었어. 비록 부품도 엉망이고 작업도 급하게 진행했지만, 고스트는 거석 우리의 에너지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어. 우리는 가까이 다가오는 생물들을 몽땅 얼려 버리고, 내가 부품을 대충 짜 맞춰 만든 우주선에 모두 실었지. 이 얼어붙은 행성을 이제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어.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그 고물 우주선에 애착을 담아 "버려진 지역"이라는 이름을 붙였어.
내 고스트는 이제 지구인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빛의 스펙트럼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됐어. 빛마저 초월하는 스펙트럼. 오해하지는 마. 나는 어둠의 전령이 아니야. 임시방편의 개조 작업이었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르네상스나 다름없었어. 갬빗 은행, 어둠의 티끌, 버려진 지역. 이 모든 것들은 다 붉은색 설정의 산물이야.
생각해 보니 이때쯤 당신들을 만났던 것 같군.
이제 슬슬 갬빗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너도 그래야지.
—후세를 위해 방랑자가 자신의 고스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