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Perks
영광의 메아리
해당 세트의 직업 아이템은 방어구 {var:1637760185}개를 착용한 효과를 냅니다.
Related Collectible
Lore
속박에서 벗어난 검날 투구
정면 승부를 펼쳐라.
카이아틀 여제는 헬름의 창밖으로 희미한 빛을 내며 일렁이는 여행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변화의 신호인 것 같기도, 위험의 신호인 것 같기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여제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 안전장치의 걸걸한 목소리가 울렸다. "드디어 여기서 뵙네요."
몸을 돌린 카이아틀 여제가 단말기로 다가가, 인공지능이 지휘본부에 접속하게 해 준 장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인공지능인가." 카이아틀이 큰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엑소더스 블랙에 있던. 안전장치, 이런 식으로 선봉대와 소통하는가 보군."
"정답이에요!" 안전장치가 재잘거렸다. "어서 오세요, 여제님. 반가운 방문이네요!"
카이아틀은 환영에 혼란스러워하며 고개를 들었다. 인공지능이 깜박거리며 연달아 낮은 경고음을 울린 뒤 입을 열었다.
"여기서 저한테 또 탱크를 겨눌 생각은 아니시죠? 아니면 그때로 충분했나요?"
인공지능의 비아냥에 카이아틀은 엄니를 드러냈지만 대꾸하진 않았다.
"사과하러 오신 것도 아닌 것 같네요."
"그렇다." 여제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사과는 하지 않겠다. 내가 네소스에 간 것은 선봉대와 동맹을 맺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였다. 그들이 반응하게 만들어야 했으니까."
"네, 그러시겠죠." 안전장치가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전략적인 행보였다." 여제가 덧붙였다. 단호했지만, 안전장치를 달래는 듯한 어조였다. 안전장치가 밝게 대답했다.
"굉장히 무례했어요!"
카이아틀이 생각에 잠겨 툴툴거렸다. 안전장치가 잡음 조절 장치를 지직거리며 이 소리를 따라 했지만, 여제는 못 들은 척 무시했다.
"그래." 여제가 입을 열었다. "인정하지… 우리가 무례했다."
안전장치는 아무 말이 없었다. 카이아틀은 다시 말하기 전에 목을 가다듬고, 방에 널려 있는 연구 표본들을 훑어보았다.
"당시 스캔 결과, 착륙 지점 근처에 큰 난파선이 있었다. 네 존재를 감지하기는 했지만—"
"무시했나요?"
"그래." 그녀가 인공지능 콘솔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무시했다. 네가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
"여제님의 판단이 옳았어요!" 안전장치가 수긍했다. 그러고는 다시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제가 당신을 막을 수 있었을 리 없죠."
카이아틀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할 때마다 의견에 따라 목소리가 변하는군. 그건—"
"짜증 나세요? 네, 그런 말 자주 들어요."
"아니." 여제가 어깨를 으쓱했다. "기갑단에 내려오는 전설과 비슷하다고 말하려고 했다. 두 얼굴을 가진 전사. 한쪽 얼굴은 혀가 없고, 다른 쪽 얼굴은 엄니가 없었지."
카이아틀이 고개를 저었다. 안전장치가 흥미를 보이며 귀를 기울였다.
"그건 외교술에 관한 우화지… 외교술의 한계도 알려주고."
안전장치가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하는 동안, 카이아틀은 어떤 목소리가 대답할지 궁금해졌다.
"제 예의 필터 때문이에요." 안전장치의 목소리가 침울해졌다. "이 필터가 오래 가질 않아서 목소리가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흠. 그 필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만 본심을 말하는 건가?"
"그런 셈이죠, 여제님."
카이아틀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