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s
속도 |
|
0 |
Related Collectible
Lore
황혼 나그네
우리는 가려진 길을 따라갑니다.
"목격자에게 가는 길이 눈앞에 있어. 리븐의 거래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우리 둘은 그 길을 건너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방랑자는 에리스가 긴장한 목소리로 하는 말을 잠자코 들었다. 그녀의 붕대 아래로 굵고 검은 덩굴이 꿈틀거렸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망각으로 치닫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 에리스는 무릎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계속 들썩였다. "아이코라. 마라… 난 무력감에 익숙하지 않아."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방랑자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자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또 이렇게 되는군. 결국 우리 둘만 남겠어."
침묵이 흐르고 방랑자가 마침내 일어났다. 에리스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 에리스의 손을 잡았다. 말 없는 부추김에 에리스도 따라 일어났다. 방랑자는 그녀를 팔로 감싸 안았다.
에리스는 긴장했다. 곧 방랑자가 자신 없는 듯,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에리스도 팔을 둘러 절박하게 그의 품에 안겼다. 방랑자가 다시 입을 열자, 그의 가슴을 통해 목소리가 느껴졌다.
"네가 한 말이 기억나는군. 특히 요즘은 그 말이 더 자주 기억나곤 하지."
"내가 뭐라고 했는데?"
"필요하다면 밤에도 살아가야 한다고. 나중에 올 것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에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둘의 몸이 다시 떨어졌지만, 그녀의 팔에는 여전히 방랑자의 든든한 손이 올려져 있었다.
"정말 내 곁에 있고 싶은 거야?"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든 것이 종말을 맞을 때?"
"달리 어디 가겠어."
"태양계를 떠날 계획은 어쩌고?"
방랑자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고개를 저으며 씨익 웃었다. "에이." 그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럼 달빛이 그리워질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