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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
성루 표식
전투가 끝나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못한 자들을 기립니다.
졸리온 틸은 바닥에 눈을 내리깐 채 왕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왕자님께서 검은 정원에 들어가신 것은 여왕님의 뜻을 거역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여왕님께 인정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왜 그런 위험을 무릅쓰셨겠습니까? 온 우주에서 그분을 그렇게까지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여왕님뿐입니다." 여왕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의 정수리를 쏘아보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졸리온?" 여왕이 노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구차하게 들리는군. 유치할 정도야. 어둠은 함부로 건드릴 게 아니지. 이 일로 어떤 존재가 깨어났을지 모르는 일 아닌가. 나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칙령을 내렸던 것이야. 내가 가장 신뢰하는 까마귀인 자네라면 이해할 줄 알았는데."
"예, 여왕님. 저도 이해합니다."
마라 소프는 왕좌에서 천천히 내려와 유년 시절부터의 친구이자 신하를 굽어보았다. "이해한다고 말은 하면서, 그곳을 피하라는 내 명령을 감히 거역했지."
마라는 입술이 졸리온의 귀에 거의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힌 후, 속삭이며 물었다. "이건 반역인가?" 여왕의 말이 텅 빈 알현실 내부에 고요히 울렸다. 졸리온은 피가 굳는 것을 느꼈다.
"여왕님, 부디 통촉하여 주십시오. 울드렌 님은 태생부터 여왕님의 핏줄입니다. 두 분은 서로를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어질 말을 신중하게 고르기 위해 졸리온은 잠시 멈췄다. "울드렌 님은 여왕님의 동생인 한편, 제게도 형제와 같은 분이십니다. 그분이 제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주셨는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전장에서만이 아닙니다. 저를 절망과 자괴감으로부터도 구해주셨습니다. 라비스카가 죽고 제 정신이 무너졌을 때, 그분은 저를 저 자신으로부터 구해주셨습니다."
감정이 복받쳐오르면서 졸리온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고 여왕의 오만한 시선을 마주했다. "울드렌 님은 제게도 형제입니다. 저는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따라갈 것입니다. 그분이 원하신다면 따라 죽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분 역시 여왕님을 위해서라면 마찬가지로 하실 것입니다. 그게 반역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