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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e
반음계 변화
헤아릴 수 없는 변화.
"고맙다." 세인트-14은 곧이어 어조의 변화 없이, 가볍게 한 마디를 더했다. "사랑한다."
회의실은 조용했으나 수호자 피드를 띄우고 있는 단말기에서 조용히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오시리스가 한 것이라곤 평소처럼 그날의 전술 보고서들이 담긴 데이터 패드를 책상에 앉아 있는 세인트에게 건네준 것뿐이었다. 그의 파트너는 오시리스가 앞에서 빤히 쳐다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데이터를 확인했다.
"…뭐라고?" 오시리스가 잘못 들은 것처럼 물었다. 그의 어조가 누그러졌다. "세인트…"
그는 세인트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때까지 이 엑소의 정확한 감정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안다 해도 그런 표현으로는 아니었다. 타이탄은 알 수 없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가 쑥스럽게 미소 지었다.
"아, 나 때문에 놀랐나?" 세인트가 물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낀 걸 말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게 진실이야, 오시리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지."
"난…." 오시리스는 할 말을 잃었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이 너무 팽팽히 이어져서 세인트가 말을 꺼내 끊어야 할 정도였다.
세인트는 놀라워하며 웃었다. "그 대단한 오시리스가, 말을 못 하고 버벅거리다니!"
오시리스는 그를 보았다.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눈빛에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불안이 어른거렸다. 그러나 곧 엑소의 표정이 풀어지더니 오시리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워록은 그 손을 잡았다.
"네 마음이 내킬 때 말해 줘. 너도 그런 기분을 느낄 때 말이지."
그는 오시리스의 손을 한 번 꼭 쥔 뒤 놓아주고는 보고서 업무로 돌아갔다.
오시리스는 파트너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언가 사소한 행동을 했다. 너무 사소해서 행동하기 전에 다시 생각해 볼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여태까지의 그런 작은 행동과 감정들이 모두 한데 모였다. 두 번 생각하지 않았던 세인트의 조그마한 선의들, 다정함.
어쩌면 그것들이 그의 사랑이었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