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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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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요람
누군가에게는 둥지, 또 누군가에게는 도가니입니다.
"판관님? 아오드 님? 제가 왔습니다. 돌아왔어요."
"익숙한 목소리군. 오로스. 대장간을 찾았군."
"그렇습니다, 판관님."
"그럴 줄 알았다. 이리 와서 내 곁에 앉거라. 우리 사이의 정에 다시 불을 붙여 보자."
"…판관님? 무슨 일입니까?"
"나는 이제 정화의 판관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지. 나는 내 고스트를 잃었고, 그래서… 빛도 잃었다. 그와 함께 대장간도 사라졌지."
"하지만 판관님—"
"아니, 아니다. 그 칭호는 이제 다른 사람의 것이다. 그자를 찾아가라. 나머지 태양파괴자들을 모아 판관을 새로 선출해라. 세력에 너무 오랫동안 지도자가 없었다. 오로스, 그들을 한데 모아라.
"열은 결속을 깨뜨리고 구조를 무너뜨리며 요소들을 서로 분리하는 힘이다. 열은 고체를 액체로 만들고, 액체는 기체로 만들지. 그런 면에서 열이란 혼돈과 파괴의 힘이다. 심지어 우주를 산산조각 내지. 어떤 면에서는 바로 그 열이 우리의 세력을 분열시켰다."
"무슨 말씀입니까?"
"네 안에서 불타는 불... 그 분노, 격노... 그것은 외부에 있는 적을 향해 폭발한다. 적을 불사르고, 파괴하지.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 그러다가 네가 스스로를 불태우거나 친구들을 불태우면 어찌 되겠느냐?"
"스스로를 불태운다고요…? 불길의 고리 안에서 제 적은 불타지만, 동지는 그 불길 위를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하지만 네겐 그 이상이지.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고리 안에 있으면 더 강해집니다."
"바로 그렇다. 하지만 태양 빛의 은총은 우리 것만이 아니야. 처음에 태양파괴자들은 불의 온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지. 그 고리 안을 걷는 친구들도 그 온기를 느꼈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불길의 고리는 심판이다. 행복을 주거나, 고통을 주지. 빛을 품은 이들이 수도 없이 그 불의 열기에 불타 버렸다. 우리 태양파괴자가 소위 문명이라는 것을 견디지 못한 이유의 일부기도 하다.
"떠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 우리는 황야에서 선을 실천할 수 있었지만, 불화와 비판도 있었다. 결속이 만들어지는 경우보다는 깨지는 일이 많았지.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조금씩 조금씩 잃어 갔다. 불의 온기를 남들과 나누기가… 너무나 어려워졌지. 그 방법은 비밀로 변했고, 비밀은 수수께끼로 변했다.
"다른 이들을 찾아라. 정화의 판관을 뽑고, 불길을 서로 나눌 방법을 찾아라. 나는 이제 너무 늙어 나눌 불길도 없구나."
"아닙니다, 아오드 님. 그대의 어깨는 제 어깨도 따뜻하게 합니다. 그대의 말은 저의 내면에 새로이 불을 지핍니다. 우리는 함께 불길을 퍼뜨릴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금 온기를 나눌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늙었다. 눈도 멀었어. 내겐 빛이 없다."
"그대는 저보다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대의 식견 덕에 저도 눈을 떴습니다. 비록 고스트라는 그림자는 없으나, 태양만큼 밝으십니다."
"말수가 적은 것에 비하면 참 말을 잘하는구먼. 정화의 판관을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되겠어."